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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스트레스가 알려준 나의 한계와 작은 여유


    이른 가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내리며 하루를 보냈다. 상자마다 적은 글씨들—책, 그릇, 오래된 편지—가 작은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손끝에 닿았다. 처음에는 강하게만 굳어 있던 손등의 힘줄과 무겁게 내려앉는 숨에만 집중했다. 물건의 무게는 고스란히 몸을 압박했다. 그런데 그 무게는 곧 다른 종류의 무게와 섞여 있었다. 기억의 무게, 미련의 무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걸어둔 기대의 무게였다.

    포장 테이프를 자르는 소리, 박스 사이로 스쳐 나오는 종이 냄새, 계단에서 들리는 발소리 사이로 가족의 말들이 들렸다. 남편은 작은 웃음으로 내가 자른 박스 구멍을 손질해주고, 아이는 장난감 하나를 꺼내며 “새 집에 먼저 놓자”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오래된 접시를 들고 조심스럽게 포장하면서 옛날 이야기를 꺼냈다. 소리는 작지만 서로의 하루를 지탱하는 리듬이 되어 주었다. 함께 움직이니 한 사람이 버티던 부담이 자연스럽게 분산되었다.

    이삿날 전까지 며칠을 잠 못 이루며 계획을 세웠다. 무엇을 들고 갈지, 무엇을 남길지, 집의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작은 결정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전에는 혼자 모든 것을 정리하려고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이사는 끝나고도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준비해보자고 가족과 합의했다. 이삿짐을 줄이기 위해 물건을 직접 만져보며 고르는 과정이 길어졌고, 마지막 날에는 외부의 손길을 빌려 마무리할 생각도 했다. 이사청소를 따로 고려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렌트카 견적을 살펴본 날엔 도로에서 길게 줄을 서 본 것처럼 숨이 탁 막히는 순간이 있었지만, 그 또한 결정의 일부였다.

    이삿짐을 나르는 모습의 라인드로잉 이미지

    포장 중에 가장 무거웠던 박스는 책들로 가득 찬 상자였다. 어깨에 닿는 감각은 익숙했지만, 내려놓을 때마다 가벼워지는 것은 물리적 무게만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곁에 두었던 관념들, 더는 필요치 않은 기대들이 함께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반대로 손에 쥔 작은 봉투 하나에 담긴 오래된 편지는 가볍지만 마음 한 켠을 눌렀다. 나는 그 숫자와 부피로 사람을 잴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어떤 것은 크고 무겁지만 버리기 쉬웠고, 어떤 것은 작지만 오래 붙잡고 있게 만든다.

    이사 당일, 옆집 할머니가 문을 열어주며 엘리베이터로 짐을 올리는 것을 도와주셨다. 잠깐의 도움에 크게 감사한 얼굴을 보이며 우린 서로의 일상을 다시 확인했다. 음료수 한 캔을 건네고,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주는 순간들에 안도감이 쌓였다. 가족은 저마다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았다. 아이는 작은 테이프를 건네며 놀이처럼 포장을 도와주었고, 남편은 창틀의 길이를 재는 데 시간을 들였다. 나는 서랍을 정리하며 어쩌면 며칠간의 고단함이 내 안의 선을 드러내게 했음을 알았다. 나의 한계가 보였고, 그것을 인정하는 과정은 불편했지만 덕분에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고 나누는 법을 배웠다.

    냉장고의 짐을 정리하는 모습의 라인드로잉 이미지

    빈 방에 가만히 앉아 팩으로 끓인 커피를 마시는 순간, 이사 전의 불안을 되돌아봤다. 준비 과정에서 나는 많은 비교를 했고,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다. 그 과정은 때로 불안을 더 키우기도 했지만, 비교의 끝에서 안도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우리가 선택한 방식들이 모두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가족이 함께 나눈 작은 결단들이 결과를 만들었다. 비교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이 더 효율적인지의 결론이 아니라, 스스로의 한계와 여유를 인정하는 법이었다.

    이사 후, 어제까지 쌓여 있던 상자들이 하나둘 열리며 새로운 공간이 생겨났다. 그릇은 새로운 찬장에 들어갔고, 아이의 책장은 아직 불안하게 흔들리지만 손으로 고정하며 웃었다.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을 때마다 집의 표정이 바뀌었다. 빈 벽면 하나, 창가 쪽의 작은 등 하나가 들어오자 공간은 조금 더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이 변화는 갑자기 오지 않았다. 사소한 결정들이 모여 생긴 결과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생각은 단순한 정리 팁이 아니다. 이사는 물리적인 이동일 뿐 아니라 나의 일상과 관계를 다시 측정하는 시간이었다. 무게를 들고 내려놓는 경험은 나의 한계를 알려주었고, 그 한계를 인정하는 순간 작은 여유가 생겼다. 여러분도 이사나 큰 변화를 앞두었을 때 완벽함을 기대하기보다, 어떤 것들은 나눌 수 있고 어떤 것들은 놓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서로의 손을 빌려 무게를 나눌 때, 비로소 집은 사물 이상의 의미를 회복한다.

    이사(주거이동)의 정의
    이사는 거주지를 옮기는 것으로, 포장·운송·정리 등 여러 단계가 수반됩니다. 준비 과정에서 포장 방법이나 이사청소 여부, 외부 도움 활용 여부 등을 미리 결정하면 전체 과정의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출처: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9D%B4%EC%82%AC
    사용자 후기: 짐 나누기의 심리적 효과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에 올라온 실제 후기들을 보면, 가족이나 이웃과 역할을 분담했을 때 체감되는 피로감이 감소하고 이사 후 적응도 더 빠르다는 경험담이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작은 과업(포장·정리·간식 준비 등)을 나누는 방식이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출처: 네이버 카페·블로그 https://ca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