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첫 주 토요일, 아파트 베란다 쪽 작은 창고 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문을 열자마자 박스와 계절용품들이 어깨를 내밀고 있는 공간을 마주했습니다.
장기간 쌓아둔 상자들 사이로 손이 닿는 물건만 겨우 꺼낼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제가 창고를 비우기로 결심한 이유는 단순한 정리 욕구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계단과 현관까지 박스가 나와서 주말 움직임이 불편했고, 급할 때 필요한 물건을 찾지 못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여러 선택지를 살펴본 후 보관 방식과 처리 기준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첫 단계로 저는 항목별 분류 표를 만들었습니다.
계절용품, 수선 가능한 물건, 기부할 물건, 버릴 물건으로 분류표를 나눴습니다.
기부의 정의
기부는 개인이나 단체가 자발적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로,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기부하면 재사용을 촉진하고 자원 낭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출처: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기부
남편에게는 무거운 박스를 옮기는 역할을 부탁했고, 아이에게는 라벨 붙이는 일을 맡겼습니다.
토요일 아침, 가족 모두 일정 조율을 마치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작업은 짧은 동작의 반복이었습니다.
박스를 하나씩 꺼내고 내용물을 확인한 뒤 지정된 더미로 옮겼습니다.
수선이 필요한 것은 사진을 찍어 수선함에 넣었고, 기부할 물건은 한 코너에 가지런히 쌓았습니다.
아이도 자기 장난감을 분류하며 어느 물건을 더 자주 쓰는지 말로 정리했습니다.
며칠 동안 이어진 작업을 통해 행동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남편은 옮긴 물건을 제안된 위치에 바로 두는 습관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도 장난감 사용 후 박스에 넣는 과정을 스스로 수행했습니다.
제가 물건을 꺼내는 동선이 줄어들자 현관과 베란다의 통행이 수월해졌습니다.
창고를 비운 후 얻은 물리적 변화는 눈에 보이는 정리 그 이상이었습니다.
베란다 수납장이 비어 세탁물을 널 공간이 생겼고, 다용도 박스는 필요한 것만 남아 사용하기 편해졌습니다.
가족은 새로 정한 보관 기준을 참고해 물건을 들여오거나 처분하는 과정을 함께 조정했습니다.
과정 중에 여러 작은 실험을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만 점검하는 방식과, 사용 빈도에 따라 보관 기간을 정하는 방식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사용 빈도가 낮은 물건은 처분을 우선했고, 자주 쓰는 물건은 손이 닿는 위치에 배치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물건을 들이는 습관 자체가 바뀌는 흐름이 보였습니다.
작업을 마무리한 날, 식탁에 앉아 가족과 일주일치 집안 규칙을 정리했습니다.
박스의 라벨을 유지하고, 새 물건을 들여올 때 기존 물건 한 가지를 정리하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저는 다음 달 첫 토요일에 창고 점검 일정을 잡았고, 가족도 일정 조율에 동의했습니다.
정리 작업은 한 번에 끝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창고를 비운 경험은 집안의 일상 동선을 바꾸고, 가족이 물건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작은 불편함을 미리 살펴보고, 가족과 역할을 나누며 실천하는 과정을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