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조건 비교로 내가 발견한 업체 간 차이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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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날짜를 정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같은 조건으로 여러 곳에 문의를 넣어보는 것이었다. 날짜와 출발지·도착지, 층수와 엘리베이터 유무, 대략적인 짐량을 동일하게 적어 요청을 넣으니 하루에 전화가 여러 통 왔다.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 확인을 권하는 곳, 사진을 요청하는 곳, 표준 요금표를 보내는 곳이 섞여 있었다. 그 순간부터 비교의 방향이 생겼다. 비용 차이는 단순히 숫자의 차이가 아니었다.

트럭에서 이삿짐을 내리는 모습

제가 시도한 조건은 직선 거리 8킬로미터, 같은 날 오전 이사, 아파트 3층(엘리베이터 없음), 책과 상자 중심으로 대략 15㎥ 규모였다. 이사비용 견적 비교사이트에 같은 조건을 입력해 받은 첫 세 건의 견적은 45만 원, 62만 원, 50만 원이었다. 숫자만 보자면 A와 C는 비교적 근접했고 B는 크게 높았다. 그러나 전화를 통해 확인해보니 각각의 세부 조건이 달랐다. A사는 인력 3명과 2t 라보 트럭 한 대로 작업 시간을 4시간으로 잡았고, 포장과 조립은 별도 비용으로 표기했다. B사는 인력 4명에 대형 차량과 포장 포함이라는 설명을 했고, 층계 작업에 대한 추가 요금과 주차 거리 50미터 이상 시 추가 인력을 투입한다고 알렸다. C사는 사진을 먼저 받아 실제 짐량을 재산정해 50만 원으로 조정해줬다.

비용 차이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은 크게 날짜, 거리, 짐량, 추가 서비스 제공 여부, 보험 적용 범위, 취소·변경 조건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날짜는 평일 오전과 주말의 인건비 차이가 반영되는 요소였고, 같은 날짜라도 업체가 미리 잡아둔 일정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달라졌다. 거리의 경우 단순 킬로미터 수뿐 아니라 주차 가능 여부와 건물 입구에서 차량까지의 실제 이동 거리, 엘리베이터 사용 가능성 등이 비용에 영향을 주었다. 저는 같은 8킬로미터 이동이라도 주차가 원활할 때와 주차장이 먼 곳에서 하차해야 할 때의 견적 차이를 비교하면서 그 차이가 5만 원에서 15만 원까지 벌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짐량은 숫자보다 구체적 항목의 유무가 중요했다. 박스 몇 개로 치환된 추정량은 업체마다 해석이 달랐고, 피아노나 대형 가전처럼 분해·조립이 필요한 품목이 포함되면 필연적으로 인원과 시간이 늘어나면서 비용이 증가했다. 한 업체는 분해·조립과 포장재를 포함한 견적을 주었고, 다른 곳은 그 항목들을 옵션으로 제시해 처음에는 낮아 보이던 가격이 실제로는 더 높아졌다.

또한 보험 적용 범위를 분명히 묻지 않으면 정작 사고가 났을 때 보상 한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통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한 업체는 기본 보험 한도를 500만 원으로, 다른 업체는 1,000만 원으로 안내했는데 보장 항목과 자기부담금 유무도 달랐다.

이사 관련 소비자 피해 유형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소비자 상담 사례에서는 이사 서비스 관련 추가요금·약정 미이행·파손 보상 문제 등이 빈번하게 접수됩니다. 특히 사전 고지 없이 발생한 추가 요금이나 보험 보상 한도에 대한 분쟁이 주요 이슈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https://www.kca.go.kr/
이삿짐을 정리하는 모습

취소와 일정 변경 조건도 비용 비교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제가 받은 견적 중 하나는 3일 전까지는 무료 변경이 가능하다고 했고, 다른 하나는 이사 당일 취소 시 비용이 발생한다고 안내했다. 실제로 이사 날짜를 조정해야 했을 때 변경 조건이 유연했던 업체가 최종적으로 마음이 편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견적의 숫자만 비교하면 놓치게 되는 항목들이 꽤 많다는 점이었다.

사용자 후기 요약
네이버 카페 등 사용자 후기에서는 ‘취소·변경 규정이 불명확해 추가비용을 청구받았다’는 사례가 자주 등장합니다. 후기들에서는 사전 약정서나 문자 기록을 남겨 분쟁을 예방한 사례를 추천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출처: 네이버 카페 사용자 후기 https://cafe.naver.com/

한 번은 비교 과정에서 사진 요청을 통해 적정 인원을 재산정한 사례가 있었다. 사진을 전달한 업체는 짐의 구성과 건물 구조를 보고 인원을 1명 줄여 견적을 제시했는데, 그 결과 처음에 받은 견적보다 약 8만 원가량 낮아졌다. 반면 현장 확인을 강하게 요구하는 업체는 방문 확인을 거쳐 안전 조치와 추가 장비 필요성을 설명했고, 그 과정에서 더 높은 비용을 제시했지만 리스크에 대한 설명이 명확해 신뢰가 갔다. 이처럼 같은 조건을 입력해도 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조건을 확인하고 어떤 기준으로 비용을 산정하는지가 결과를 바꿨다.

트럭앞에 이삿짐을 들고 서있는 모습

일상의 맥락도 영향을 미쳤다. 봄철과 가을철 이사 성수기에는 같은 날짜에 시간대별로 예약이 차 있었고, 일부 업체는 예약 상황을 반영해 견적을 올리는 경향을 보였다. 이웃에게 듣거나 커뮤니티에서 본 경험담은 개인의 결정에 감정적 영향을 주었지만, 제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표준화된 조건을 유지한 채로 각 업체가 어떤 근거로 금액을 산출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래야만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비용이나 보상 범위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비할 수 있었다.

결국 제가 내린 기준은 숫자와 통화 내용, 서면으로 받은 약정의 항목을 함께 보는 것이었다. 표면적인 가격만 비교하지 않고 날짜와 시간대, 주차와 이동 경로, 포함·미포함 서비스, 보험 범위, 취소·변경 규정을 같은 조건으로 확인하니 업체별 차이가 이해되었다. 저는 이 과정에서 하나의 견적만 받아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여러 업체의 답변을 받으면서 어떤 항목이 제게 더 중요한지도 정리할 수 있었다.

여러분께서는 이사 계획을 세울 때 가능한 한 동일한 조건을 여러 업체에 제시해 비교해 보시길 권한다. 같은 날짜와 짐량, 이동 경로를 기준으로 세부 항목을 확인하면 비용의 이유를 파악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서면으로 확인해 두는 것이 이후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견적을 비교해 본 뒤 선택지를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